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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모음방

[스크랩] 천렵의 계절

      산은 푸르고 마늘밭 마늘싹도 마늘쫑이 나오도록 컸다 이른봄 마늘싹이 나올때부터 모내기가 한창인 요즘까지 젊은이들은 호시탐탐 일탈을 꿈꾸었다 몇몇이 어울려 산 골짜기 가재잡이 천렵 논에 물을 대기위해 보를 막았 으니 줄어든 개울물에 미꾸라지 꾸구리 퉁가리 지천이고 저수지 물도 넓은 들에 물을 대기 위해 빼기 시작하면 수위는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게 된다 상류쪽 바닥엔 물풀 새우질빵 어우러진 자리 우렁이가 천지였고 조금 들어간 바닥을 두사람이 족대로 끌고 다니면 민물새우 징거미가 한사발씩 잡혔었다 보통 어깨가 잠길정도로 들어가서 족대를 끌면 수월하게 많은 새우가 잡혔고 개울 맞닺는 곳 가에는 기름챙이도 많았다 그 좋은 기회를 놓칠 젊은이들이 아니었다 어른 들은 바쁜 일철이라고 혼을 내셔도 젊은이들 모두 하루 놀고 오겠다는데 대부분 눈 감아 주셨다 누구는 풋마늘 한웅큼 뽑아오고 누구는 고추장 한사발 가져오고 누구는 부엌의 양은솥단지 들고 오고 지나는 길 구멍가게에서 라면 몇봉지 국수 한뭉치 소주 몇병 챙기면 그날 천렵 준비는 완료된 것이라 숙달된 기술로 고기를 잡고 배를 따내고 솥을 걸고 마른나뭇가지 주워다가 불을 지피면 이내 양은솥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끓게 되었다 양념넣고 라면 국수넣고 고추장 풀고 끓여대면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어죽이 아니겠는가 버드나무 가지 꺾어서 젓가락을 만들고 한 양푼씩 퍼서 먹다보면 그 맛 또한 천하 일미였다 그렇게 포식하고 그늘아래서 한숨 자고나면 살이 찐건지 얼굴이 부은건지 살찌는 소리가 "뿌득 뿌득".했다 대충 설겆이를 한다지만 연기에 그을은 양은솥은 짚에 모래 뭍혀 문질러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다른물건 가져온 놈들 편안히 쉴때 그을음 지우며 "다음에 다시는 양은솥 않 가져 오겠다". 투덜대며 다짐을 하지만 마음약한 그놈 다음에도 꼭 양은솥 당번이 되더라 짧은 해를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 오면 소풀베기 잡다한 일은 또 기다리고 있게 마련이었다 물 때문인지 농약 때문인지 많은 고기도 줄었지만 이제는 그런 천렵을 즐길 젊은이들이 없다 이제는 지나가 버린 옛날 이야기로만 남아 지겠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 아! 옛날이여..............! **** 천렵자리 빠지지 않던 내건너 씀 ****
출처 : 시와 글 사랑방 4050
글쓴이 : 내건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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