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등섬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면서 만난 한승원 문학산책길 아침 이른 시간이지만
잠시 돌아보기로 한다
한승원 문학산책로 제일 왼쪽에는 정남진 종려거리조성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한승원 작가는 한국문단의 중견작가로 1939년 장흥군 회진면 신덕리에서 태어나 장흥 중. 고등학교를
거쳐 서라벌예대를 졸업했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으로 등단해 현재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초빙교수, 시인,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1996년부터 율산리 마을에 터를 잡고 애정이 깃들어 있는 앞바다를 배경으로 자신의 집필실인 "해산토굴"
에서 작품에 몰입하고 있다고 한다.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앞 여다지 해변에는 한승원 문학산책로가 있다.
한승원 문학산책로는 안양면 수문권이 2005년 농촌종합개발 사업 지구로 선정되면서 여다지 바닷가
600m에 조성되었다.
풍광이 빼어난 여다지 해변에는 20m 간격으로 해산 한승원 선생의 시비 30기를 세워 시와 여유,
낭만이 있는 문학산책로를 마련했다.
해산 한승원 선생의 약력
"그의 문학에서 고향은 하나의 운명, 하나의 원죄, 하나의 근원, 하나의 원형으로 다가온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바다 이야기를 시와 소설로 형상화시켜 온 해산 한승원 선생을 1939년 장흥군 회진면 신덕리에서
태어나 장흥 중. 고등학교를 거쳐 서라벌예대를 졸업했으며 시인, 소설가로 활동하여 왔다.
주요 작품은 소설집으로 " 그 바다 끓며 넘치며", 아제아제바라아제", "아버지와 아들", "조의", "해변의 길손",
"키조개" 등이 있으며 시집으로 "열매일기", "사람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 "노을 아래 파도를 줍다"
산문집으로 "바닷가 학교", "이 세상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 등이 있으며
전라남도 문화상, 한국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한국문학상, 이상문학상, 이국 리리야 아
환태평양 도서상, 해양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이천육 년 가을 현재 장흥군 안양면 율산
마을의 작가실 "해산토굴"에서 집필 중이다.
연꽃바다 이야기(여닫이 바다)
시가 있는 여닫이 바닷가 산책로를 조성하며
이 시가 있는 여닫이 바닷가 산책로는 푸르고 향기로운 세상을 꿈꾸는 장흥군과 율산마을 사람들의 뜻에
따라 조성하였습니다. 부지개처럼 취임한 여닫이 모래 언덕 약 600m 사이에 20m 간격으로 해산 한승원
선생의 시비 30기를 놓았습니다. 여기에 새긴 글들은 선생이 율산 마을로 이거 하신 이후 쓴 작품들로
이 바다에서 낙지, 주꾸미, 도미, 숭어, 농어, 바지락 키조개를 잡으며 사는 마을 사람들의 의망과
이 바다에 뜬 해와 달과 별과 불어오는 바람과 춤추는 파도와 찾아오는 물새와 방긋 웃는 꽃과 안개와
이슬들을 무지갯살처럼 피어 올린 것들인데 이 바다를 찬양하는 헌사로 읽힙니다. 이 산책로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여기를 찾는 이들의 삶이 신화나 전설처럼 그윽하고 향기로워지기를 바라며 문학 산책로
조성을 기리는 마음으로 이 돌을 놓습니다.
여닫이해변
고향친구에게
도시의 숲 속 사냥터에서 시달리다가 들어온 밤이면
고향으로 달려가 억불산 당겨 베개하고 누워
탐진강 물너울을 덮고 자다가
몸 뒤치어 방림소에 남근 처넣고 사정하는
그대와 나
용 되어 날아가려고 천지사방의 구름 불러 모으고
천둥번개 뇌성벽력 일으키고 폭우 쏟아지게 하는
그 새로운 천지개벽 여는 이무기 동서
사자산 엉덩이 너머 여닫이 앞바다에서 떠오르는
달 같은 딸 낳은 꿈
제암산 머리에 솟는 해 같은 아들 낳은 꿈 꾸면서
목선을 화장시키면서
썰물진 검은 모래톱에 뻐드러져 누워 있는
늙은 어머니배(母船) 몸뚱이 여기저기에 장작 쌓고
기름 한 동이 끼얹고 불을 지른다
새 각시 시절 가난한 살림
짭짤하게 쪼개 쓰고 아껴 먹으며
달떡 같은 아들딸 펑펑 낳는 예쁜 여인네
며느리인 에프알피 배에게 안방 선 창 내주고
윗목 모래밭에서 찬밥 한 술씩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폐선, 이제는 치매까지 있어
물 가득 실은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천덕꾸러기
바람과 파도와 몸뚱이 파먹는 산에 시달리며
씨근거리며 일했던 육신
얼마나 많은 숭어 멸치 오징어 주꾸미 잡아냈던가
이제 당신의 아들이 그대의 장을 덮는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그대 잘 가거라
육신은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꿈과 영혼은 별이 되거라
그냥 이바다 짠물로
‘이 바다에 왜 왔니’, 구름이
묻기에 내가 말하기를 ‘어느 날
풍덩 빠져 한송이 연꽃으로
솟아오르려고 ‘다시 구름이 묻
기를 ’이 바다에는 낙동강물
섬진강물 영산강물 금강물 한강물
대동강물 두만강물 탐진강물 다
모였는데 제 색깔 내보이며 잘
난 체하지 않는가 ‘ 내가 말하기를
‘우리 바다에 들어온 물든 주의
주장 뽐냄이 의미 없다는 것 알기
때문에 그냥 이 바다 짠물 되어
오순도순 잘들 살고 있네’
여닫이 바다
여름이거나 가을이거나 겨울이거나 봄이거나
아침이거나 저녁이거나 옷을 벗으려고 산책길 따라 그녀를 만나러 간다
미역향기 바지락향기 풍기는 그녀 만나면 싱싱해진다
극락이니 천국이니 따로 있나
맨살 맨몸으로 파도처럼 출렁이며
싱싱하게 사는 것이 극락이고 천국이지
한데 그녀와 헤어지면서 그 옷을 다시 입는다
아침 고기잡이 배
어느 물목에서인가 사랑에 들든 채
시간을 놓치고 표류하던 우리들의 내일이
아침 밀물 타고 갯벌 밭으로 밀려든다.
밤새워 태초의 이야기 허공에 뿌린
바다의 비늘 모서리 속으로 발기한 듯
꼿꼿이 고개 쳐들고 우리
수없이 많은 우리들의 아기를
세상의 굽이굽이에 어란처럼 낳기 위해
돌진하자. 가슴 두근대며 등 푸른 사랑
상자를 하역하고 다시 아득하게
휘도는 물너울 따라 우리들의
표박하는 해와 달과 별들을 향해
그물을 던지러 떠나자
희망
벌거벗은 채 짙푸른 바다에 풍덩
빠져 죽은 다음 한 개의 물새알 되어
떠다니고 싶다는 그 여자와
뭉게구름 속에 새빨갛게 타는
노을처럼 사랑하다가
검은 댕기 두루미로 깨어나 장흥 인양
율산 여닫이 앞바다 바지락 밭에서
내내 한 다리로 물음표처럼 서 있곤 하다가
뒷산마루의 늙은 소나무 가지에 둥지를 틀고
살았으면 하는
그래 좋다 그 희망을 가져라
희망은 희망 없음으로부터 죽순처럼 솟는 것이다.
송장게
나의 승복 빛깔의 옷을 보면 모르겠는가
죽은 몸뚱이의 이름 뒤집어쓰고 사는 터이므로
죽는 일은 겁나지 않는다.
구태여 이념과 자존심을 앞세운 채
외뿔 짐승처럼 코발로만 나아가려 고집하지 않는다
뒤로도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무시로 진출하는 걸림 없는 자유인
가난한 늙은 아낙에게 잡히어 그들 부부의
통발 속에 갇힌 채 낙지를 유인하는 데
이용당하더라도 나 슬프고 억울할 것 없다
시인의 무덤
바람 목 좋은 풀숲의 허공을
헤엄쳐 다니면서 집을 짓는
파란 줄무늬에 노랑 점들 박힌
꽃 각시거미처럼
시인은
잡히지 않는 화엄의 바다에 자기
무덤을 짓는다.
구름으로 베틀 놓고 당사실 같은 햇살 씨줄에
바람으로 날줄 엮고 파도처럼 바디질하여
푸르러지고 누르러지는 배부른 들판 앞에 놓고
죽어가는 것이 아니고 열반 부처처럼
영원에 대한 믿음과 깨달음 즐거워하며
해인 삼매에 빠져들 꿈 꾼다
주꾸미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것은 주꾸미이다
소라껍데기에 끈 달아 제놈을 잡으려고 바다밑에 놓아두면
자기들 보고 들어가 알 낳으면서 살라고 그런 줄 알고
태평스럽게 들어가 있다.
율산마을 뭐이네 아버지 거시기네 어머니가
소라껍데기 끌어올려도 도망치지 않는다.
파도가 말했다
주꾸미보다 더 민망스러운 족속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들이 만든 소라고동 껍질 속에
들어앉은 누군가에게 자기들을 하늘나라
극락으로 데려다 달라고 빈다
비파나무열매
수문해수욕장과 스파리조트 안단테
Rain / Anne Murray
'전라.광주.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천만의 칠면초 (42) | 2024.09.19 |
---|---|
내장사의 백양꽃(붉은상사화) (39) | 2024.09.14 |
진안 암마이봉의 폭포 (0) | 2024.08.26 |
장흥 용산 남포의 소등섬 (20) | 2024.08.16 |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 (31) | 2024.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