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천천의 늦가을
데미안2
2021. 12. 4. 16:16
이사를 온 후로는 온천천에 자주 안 가지는데 가을의 모습은 얼마나 변했을까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명륜 전철역 부근에는 유등도 있는 것 같은데 걸음을 너무 많이 걸어야 돼서
동래 전철역에서 토곡 사거리까지만 걷기로 한다(11/27)
현재시간 오후 3시인데 벌써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른 나무는 낙엽을 다 떨어트렸는데 여기 은행나무는 아직도 건재하여
노란 단풍을 뽑내는 듯 남아있네
이곳은 동래구 동래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온천천 변에는 보리와 유채를 심었는데 오리들이 뜯어먹는지 포장을 씌워놨네
골드 메리는 아직도 꽃이 싱싱한데 폰으로 줌인해서 찍었더니 선명치가 않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추위를 타는 부류가 있고 이렇게 어지간한 추위에는
끄떡도 없는 종류도 있다
햇볕에 반사되는 은행나무 진한 색감으로 다가온다
온천천의 억새도 은색으로 바람에 한들한들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얼쑤 동래 하니 동래학춤이 생각난다
동래학춤은 경상남도 일원의 덧배기 춤 가락을 바탕으로 청초하고 우아한 학의 모습을 빗대어
고고한 선비의 기품과 출렁이는 신명을 담아내는 한량들의 장기 춤으로 유명하다
팬지와 소국
거제동쪽 은행나무도 건재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온천천에는 예전부터 칸나를 많이 심었는데 여기 한 무더기가 꽃이 피어 있네
내년 봄을 준비하는 유채
벚나무도 붉게 물들어 아직 남아 있고 피라칸사스도 무리로 열매가 달렸는데
마치 빨간 꽃이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름답고 예쁜 우리말
먼산바라기:먼곳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일 또는 늘 그런 사람
가온누리:어떠한 일이 있어도 세상의 중심이 되어
갈매빛:검은 빛깔이 돌 정도로 짙은 초록빛
나비잠:갓난아기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편히 자는 잠
동살:새벽에 동이 터서 훤하게 비치는 햇살
띠앗머리:형제자매 사이의 우애와 정
너나들이:서로 너 나 하고 부르며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
여기는 온천천 카페거리다 옆 뒤 다 돌아보고 싶지만 앞모습만 담아본다
지금 온천천변은 오폐. 수. 관로 설치로 어수선해서 걷는 것도 쉽지가 않다
아직 갈대도 본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온천천에서 바라본 장산의 위용
두 번째 사춘기
두번째 사춘기는 60대 인생이다. 흔히들 사춘기보다 무섭다고 한다.
이 시기를 겪고 나면 젊음과 교만이 없어지고 살아온 삶의 완숙기에 접어든다.
하루하루 삶이 진지해지고 우직함을 느낀다.
파란 하늘! 해! 하얀 뭉게구름! 산! 바다! 나무! 꽃 풀 한 포기마저 친구로 느껴진다.
안개꽃처럼 아련한 꽃을 보면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사람만이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터질듯한 꽃 몽우리도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다.
내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게 되고 앞으로 닥칠 미래가 머지않아 보인다.
울타리 밖에 몰랐던 자신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친구들을 찾게 된다.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서 일까? 때론.. 모닥불 같이 활활 타오르는 사랑도 꿈꾼다.
호수처럼 가슴에 잔잔하게 파문이 이는 그런 사랑 마지막 사랑일까? 마지막 기회일까?
60대 늦사랑은 누구에게나 다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여기는 한양아파트에 있는 우람한 은행나무 한양아파트가 지어진지 40년 정도 되는데
그때 심은 것이니까 아마 50년생은 되지 않을까?
서원이나 향교에 있는 은행나무처럼 오래되고 크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단풍으로써는
최상이 아닌가
이렇게 잠시 온천천을 돌아보고 왔다
다른 곳은 이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는데 여기 부산은 아직 12월 초까지는
약간 춥기는 하지만 가을을 느끼고 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