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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매화가 피었어요

일주일 전부터 여러 블친님들께서 매화 사진이 올라와 설마 했는데 오늘 마음이 바빠

매화가 피어 있을 만한 곳을 찾아갔더니 글쎄 지금 먼저 핀 꽃은 낙화가 되고 있지 않은가

세상이 너무 빨리 진행 되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나 보다

꽃의 우두머리 매화

매화의 특성은 절조와 충절, 군자 등의 상징성을 지녔는데, 이것은 우리 조상들이 특히 본받고자 했던

덕목들이었다. 그리고 매화의 청정미와 그윽한 향기는 선인들의 취향에 너무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즉 매화에게는 우리 민족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한국적인 것''의 본질이 축약(縮約)되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어느 꽃 못지않게 매화를 사랑했다. 그리하여 매화를 꽃의 우두머리(花魁)의

지위에 올려놓았고 화품(花品)에 따른 아홉 단계의 꽃의 품계(品階)에서 단연 1위의 반열에 배정했다.

그리고 이 매화를 대상으로 많은 문화를 쌓아 올렸던 것이다.

퇴계와 매화

 

꽃이 아름다워 매화요

열매가 소중하니 매실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다른 꽃들보다 먼저 피니

꽃의 우두머리라 칭한다.

 

일찍 피기에 ‘조매(早梅)’요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며

눈 속에서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

색이 희다고 ‘백매(白梅)’라 부르며

꽃이 붉으니 ‘홍매(紅梅)’라 칭한다.

사빈님글에서

설중매         /이경화

 

그대 가슴에 사무친 애절한 사랑

죽음보다 깊은 처연한

그리움을 부르고

 

북풍한설 찬 바람에

식을 줄 모르는 임 향한 그대 순정

잔설을 헤집고 뜨거운 심장으로

의연하게 꽃잎을 피운다

 

슬픔보다 더 파란 고독 속에

고결한 영혼의 눈물로

승화한 눈부신 그대

 

고혹적인 향기

도도한 그대 모습에

취해버린 내 마음

 

첫사랑 설렘 같은 작은 떨림으로

내게 다가와

허기진 가슴 희망의 빛으로

찬연하게 빛나리.

매화가 피었어요 어느 해보다도 일찍

그리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얼마나 반갑던지 사진을 마구마구 찍었는데

정작 반도 안 되게 남기고 다 버렸습니다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김용택

 

매화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 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 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 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 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오늘비로 꽃송이마다 물방울이 맺혀 은구슬을 달고 있다

이해인/매화 앞에서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매화 예찬 / 한용운


매화를 반가이 만나려거든,
그대여, 눈 쌓인 강촌(江村)으로 오게
저렇게 얼음 같은 뼈대이거니,
전생(前生)에는 백옥(白玉)의 넋이었던가.


낮에 보면 낮대로 기이한 모습,
밤이라 그 마음이야 어두워지랴.
긴 바람 피리 타고 멀리 번지고
따스한 날 선방(禪房)으로 스미는 향기!


매화로 하여 봄인데도 시구에는 냉기 어리고,
따스한 술잔 들며 긴긴밤 새우는 것.
하얀 꽃잎 언제나 달빛을 띠고,
붉은 그것 아침 햇살 바라보는 듯


그윽한 선비 있어 사랑하노니,
날씨가 차갑다 문을 닫으랴.
강남의 어지러운 다소의 일은 아예,
매화에겐 말하지 말라.


세상에 지기(知己)가 어디 흔한가.
매화를 상대하여 이 밤 취하리.

 

오늘 매화는 두 곳에서 담았지만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꽃잎도 많이 상했고 또한

물을 머금고 있어 싱싱함은 덜하지만 이 정도면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다음 주에는 홍매를 찾아서 한번 나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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