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운동하고 오면서 시민공원을 바라보면 단풍이 제법 붉게 물들고 있는 모습이 보여
오늘은 또 시민공원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11/13)

시민공원 인도에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부산시민공원은 오랜 시간 일본, 유엔, 미군이 번갈아 주인 행세를 하던 땅을 부산시가 넘겨받아 조성한
문화공원이다. 부산시민공원에서는 아이들이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 자연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역사, 문화, 자연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한 가지에서 뻗어 나온 것처럼
융합되어 다가온다.

꽃사과

문화 체험과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
부산시는 부산시민공원을 조성하면서 공원의 대표 주제로 충적지를 의미하는 '얼루비움(alluvium)'을 선정했다.
하천을 따라 흐른 흙이 쌓여 생명을 잉태하는 비옥한 땅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부산시민공원이 시민들에게
새로운 휴식처가 되기를 기대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공원 설계자 제임스 코너가 조성 당시부터 참여해
공원 전체의 디자인을 도맡았다.

은목서

부산시민공원은 '기억(Memory), 문화(Culture), 즐거움(Pleasure), 자연(Nature), 참여(Participation)'를 테마로
구역이 나뉜다. 각각의 구역에는 주제에 걸맞은 숲길과 시설물, 놀이 기구 등이 배치되어 있다.
숲길과 숲길은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유기적 동선으로 연결되며 방문객들의 여가와 체험을 돕는다.

부산시민공원 안에 있는 건물들은 과거 미군기지가 주둔하던 시절 군인들이 사용하던 관사와 숙소 또는 군인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현재는 '예술촌', '도서관', '갤러리', '역사관'으로 멋지게 탈바꿈했다.
아이들은 건물을 둘러보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부산시민공원의 근현대사를 체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는다.

부산시민공원은 누구든 찾아와 즐기는 도심 명품 공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곳곳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자연을 누리는 것뿐만 아니라 배울 수 있도록 나무에 QR코드를 붙여놓은 것도 흥미롭다.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으면 나무에 대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직접 나무를 보고 만지는 숲 체험 현장이다.

들국화 /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 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의 숲길
'문화의 숲길'에서는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하야리야 잔디 광장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촌', '시민사랑채', '
흔적극장', '다솜관' 등의 시설이 광범위하게 배치되어 있다.
문화예술촌과 흔적극장에서는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를 개최한다.
토요일 오후 문화의 숲길 곳곳에서 펼쳐지는 예술 시장도 가볼 만하다. 예술인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문화예술촌 공방에 들어가면 작가들이 창작 활동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완성된 예술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정도 함께 볼 수 있어 '창작'이라는 의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미군기지가 주둔하던 시절 각각 학교와 장교 관사로 쓰이던 시민사랑채와 다솜관에서는 '부산시민공원 개장 1주년
기념 와일드 라이프'와 '관용・이해・공존-오만에서 온 편지'전을 개최했다.
자연과 인류의 공존을 모색하는 전시 내용과 부산시민공원의 문화와 체험이 겹쳐져 돋보였다.

시민공원에 곱게물들은 나무들은 느티나무 양버즘나무 은행나무와 튤립나무 대왕참나무 칠엽수 등이 많이 보인다


가을 낙엽 /이성구
한입 두잎 떨어져 마음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유랑객의
발걸음처럼 흔들리는 너의 모습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고통스러워 서러움에 애타게 울어댄다
헤어짐이 아쉬워 서로 비벼대며
허공을 향해 맴돈다
파란 옷으로 갈아입고 세상 밖으로
드러내 화려하게 변신하였건만
추억의 단풍으로 생을 마감하며
흙으로 돌아가겠지
이별의 아픔은 사라지는 아쉬움에 젖어
훗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내 마음도 따라간다



초가을 / 김용택
산 아래
동네가 참 좋습니다
벼 익은 논에 해 지는 모습도 그렇고
강가에 풀색도 참 곱습니다
나는 지금 해가 지는 초가을
소슬바람 부는 산 아래 서 있답니다
산 아래에서 산 보며
두 손 편하게 내려놓으니
맘이 이리 소슬하네요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광야/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즈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칠엽수(마로니에)

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아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는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여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러 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노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리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말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향수/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솟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숲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꿈엔들) 꿈엔들(꿈엔들) 잊힐리야

벚나무

화살나무

팜파그라스(서양억새)


단풍나무


시민공원에 조성된 소나무 숲


이렇게 보니 느티나무도 어느 나무에 못지않게 단풍이 곱다
project - Autumn leaves -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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